
미국으로부터 대규모 무기 지원을 받게 된 우크라이나에서 멜라니아 트럼프 영부인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압박하는 한편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결정하게된 것이 멜라니아 여사의 입김 때문이라는 추측이 나오면서다.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네티즌들은 엑스(X·옛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멜라니아 여사의 사진과 우크라이나와 관련된 이미지를 합성한 사진을 공유하고 있다.
한 우크라이나 네티즌은 어두운 색 챙이 깊은 모자로 얼굴을 절반쯤 가린 멜라니아 여사의 왼쪽 가슴에 우크라이나의 국가 상징인 '트리주브'(삼지창) 로고를 합성한 사진을 게시하고, '멜라니아 트럼펜코 요원'이라는 설명을 달았다. '트럼펜코'는 우크라이나식 이름에 흔히 쓰이는 접미사 '-enko'를 '트럼프'에 붙인 합성어다.

또 다른 게시물에서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트럼프 대통령 뒤로 멜라니아 여사가 서 있는 사진과 함께 '베네 게세리트 멜라니아 자매님'이라는 설명이 달렸다. 베네 게세리트는 SF 소설 '듄' 세계관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여성 초능력자 집단이다.
이 외 연설 중인 멜라니아 여사의 머리 위에 우크라니아군 모자를 씌워주는 밈(meme)이나, 군복을 입은 모습을 인공지능(AI)으로 합성하는 사진, 멜라니아 여사를 '영웅'이라고 지칭하는 글도 다수 올라왔다.

멜라니아 여사의 인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서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에서 우크라이나에 공격 무기를 포함한 대규모 지원을 결정했다는 사실을 알리면서 멜라니아 여사와의 대화를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푸틴과) 대화하면 항상 기분이 좋다. '대화가 너무 사랑스럽지 않나?' 싶나 싶은데, 그날 밤 미사일이 날아간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집에 돌아가 영부인에 '나 오늘 블라디미르(푸틴 러시아 대통령)와 통화했어. 훌륭한 대화를 나눴어'라고 이야기하면 영부인은 이렇게 답변한다. '그래요? 다른 도시가 또 공격당했던데요'라고 말이다”고 덧붙였다.
무기 지원 결정에 멜라니아 여사의 입김이 얼마나 작용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의 설득이 트럼프 대통령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끼쳤다는 점을 시사한다.
미국 뉴욕 포스트에 따르면 슬로베니아 태생의 멜라니아 여사는 옛 유고슬라비아에서 성장기를 보낸 뒤 미국으로 건너왔다. 슬로베니아는 우크라이나, 러시아와 뿌리가 같은 동슬라브족에서 갈라져 나온 국가다.
멜라니아 여사는 전쟁 초기에 “무고한 사람들이 고통받는 모습에 가슴이 아프고 끔찍하다”며 우크라이나 측에 대한 지지 의사를 드러내기도 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